창작 22

우린 운명이야 - 8

- 기억 민호는 퇴근하는 사람들 사이 도서관 외벽에 기대 시나를 기다렸다. 자신의 제안에 아무말도 하지않고 바라만 보던 시나가 승낙한걸로 멋대로 생각했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이었나?’ 민호는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지만, 기대감에 설레였다. 시 나는 퇴근시간이 다가올수록 어찌할바를 몰랐다. 민호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을 때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만 봤다. 정우는 오히려 시나의 책상을 정리하며, 어서가라며 징징거리듯 말했다. 갑자기 정우의 바삐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시나는 정우가 쳐다보는 눈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하루 종일 흐리던 하늘에서 우두둑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서관 밖으로 이용자들도 걷는 걸음을 뛰며 비를 피하며 사라져갔다..

우린 운명이야 - 7

- 이상한 사람 업무를 끝낸 민호는 바로 독신자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나가 근무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병영도서관은 계획대로 움직여갔다. 민호가 일이 끝나 도서관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이유는 시나를 보기 위함이 컸다. 이젠 도서관 사서들이나 로비의 입구 관리하는 분들은 민호와 아는척을 할 사이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늦으셨네”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에게 큰 키의 민호는 훤칠한 군인아저씨로 통했다. 친절한 미소와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미 다른 사서들은 민호가 올 시간만 되면 거울을 보며 신경을 썼다. 장난스런 정우는 그런 동료들을 놀려대기 일쑤였다. 동시에 시나를 바라봤지만, 무표정한 시나의 눈길은 책 목록 작업에 여념없었다. 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저 바보. 혼자 ..

우린 운명이야 - 6

- 악몽 그리고 해방 시간은 따로 움직이는 듯 했다. 시나는 여기 지금 그대로 서있는데 시간이라는 존재는 이미 저만치 가버린 듯 하다. 나만 가만히 있고 다들 움직여 사라져 버리는것처럼. 시나는 전남편이자 그녀가 사랑했던 그가, 실체를 드러내기 전까지 정말 사랑했다. 2년 남짓한 연애기간 동안 그는 시나를 위한 사람인 냥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만나왔다. 잘 웃고 장난도 잘 치며, 무엇보다 시나의 부모님이나 친인척과도 살갑게 대했다. 시나는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그가 내 남자라는 사실에 기뻤다. 그의 부모님도 인품이 좋아 보여 그녀의 결혼생활은 꽃길 만 같을것이라 당연히 생각했다. 신혼여행부터 삐걱거렸다. 그는 연애하면서 알던 그가 아닌 듯 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시나는 그가 다..

우린 운명이야 - 5

- 집밥 시나는 한걸음 내딛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저씨. 안녕하셨어요? ” 박준위는 급하게 다가와 시나의 손을 잡았다. 무섭게 생기기만 했던 그 까만 얼굴의 눈가가 붉어졌다. 민호도 박준위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그는 마치 읽어버린 딸을 찾은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반면 시나는 담담한 모습으로 그와 마주하고 있었다. 정우는 한발 앞서 다가가 시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최선생님. 오늘은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아요. 이만 퇴근하죠. 난 알아서 가면 되니깐 볼일 보세요.” 정우는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시나는 정우에게 고개를 숙였다. 박준위는 그녀의 손을 당겨 그의 팔로 감쌌다. “민호야, 너도 같이 저녁하자. 집사람이 너 요즘 집에 안온다고 투덜대던데. 시나야, 아..

우린 운명이야 - 4

- 병영 도서관 정우는 도통 말이 없는 시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조용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어제 만난 키가 큰 하사가 생각났다. 시나를 한참이나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매우 인상깊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도착지에 왔다는 네비게이션의 기계음이 정우를 정신차리게 했다. 차를 가지고 들어 갈수 없다는 말에 시나와 정우는 노트북과 개인물건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정우는 부대입구를 지키는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나는 가방을 들고 정우 옆에 조용히 서있었다. 부대를 오가는 사람들은 시나를 한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묘한 분위기의 시나는 머리카락을 살짝 비틀어 목 아래쪽으로 묶었다. 귀 양옆으로 머리카락이 살짝 흘러내렸지만 일부러 그렇게 한 거 마냥 자연스러웠다. 하얀 시나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 ..

우린 운명이야 - 3

- 다시 현실. 시나는 용인에 있는 아파트를 팔았다. 사실 그대로 두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감당하고 관리하기엔 너무 버거웠다. 돌아가신 부모님도 이해해 주실것이라고 믿었다. 그녀가 가져온 것은 가족사진뿐이었다. 워낙 검소하게 살던 분들이라 물건이 간소했다. 또 그녀가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도 팔았다. 시나는 아무런 미련이 남지 않았다. 부모님은 그녀에게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 여자 혼자서 평생 살아가는데 문제 없을 정도의 돈을 남겨주셨다. 시나는 그런 서류를 정리하며 그분들의 치열한 삶을 생각하며 울음을 참아가며 정리했다. 현재 다니고 있었던 회사도 나왔다. 막상 모든 것을 정리하며 시나는 앞으로 자신이 어디서 살아갈지 정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 핸드폰 벨이 울렸다. 그녀가 가장 믿는..

우린 운명이야 - 2

- 성민호 하사. 국립묘지 근무지에서 파주로 전출명령이 떨어졌다. 사실 민호는 그곳으로 지원했다. 그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박준위님이 파주에서 근무하기 때문이었다. 건강이 안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까이서 모시고 싶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민호는 그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바른 청년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뚤어질수도 있었지만 민호는 두 사람의 마음에 함부로 살수 없었다. 지금은 그분의 작아진 어깨를 바라보며 민호는 숨을 크게 쉬었다. 이젠 자신이 도움이 될수 있을것이란 자신감마저 생겼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며 민호는 창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문득 몇 달 전 그녀가 생각났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그렇게 가버리고 민호는 당직근무를 하며 마음이 뒤숭숭했다. 오랜만에 안부전..

우린 운명이야 - 1

- 시나 여름이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장마기간이라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시나는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국립묘지의 묘앞에 서있었다. 점점 세어지는 비를 느낄수 없었다. 젖어버린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조차 할수 없었다. 그냥 그 어느것도 믿을수도 믿겨지지 않았다. 어제까지 통화하며 귀찮은 듯 전화통화를 끊었었다. 시나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않고 오열하며 앉았다.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병사들은 난감했다. 점점 비는 많이 오는데 그대로 맞은채 슬퍼하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할지. 그때 그들의 선임이 우산을 접으며 관리실로 들어왔다. “왜 그래? 왜 그렇게 서있어? 무슨일 있나? ” “방문객인데 비가 많이 오는데 몇시간째 저렇게 있습니다. 가서 도와드려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는 그들이 가리키는 곳으..

항상 웃어줘! - 16

- 새로운 만남 침대 안에서 예인은 대화중에 먼저 잠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키스로 항상 그녀를 깨웠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희재는 서운했다. 이제는 자신이 매력이 없는지 그녀는 그의 품속을 파고들기만 할뿐 바로 잠이 들어버렸다. 책을 보다가도 예인은 고개를 떨어뜨리며 졸기까지 했다. 그녀가 의자에서 떨어질까 걱정이 될 뿐이다. 평소에도 잘 먹던 예인은 더욱 식성이 좋아졌다. 오래 전 연주회 투어 중 가깝게 지낸 몇 명이 예인과 희재를 초대했다. 물론 메리언도 참석할 뿐만 아니라 오닐까지 참석한다고 했다. 기쁜 마음에 옷을 고르던 예인은 기분이 안좋아졌다. 그녀가 좋아하는 옷이 너무 꽉끼는 것이었다. 다른 옷도 마찬가지다. 희재는 보기 좋아졌다고 다른 옷으로 입으라고 옆에서 말했다. 예..

항상 웃어줘! - 15

- 통증 예인은 뉴욕의 생활에 망설였다. 단순히 위로를 받기 위해 왔던 한국은 그녀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이제 학점 관리만 잘하면 졸업이다. 공부는 즐거웠다. 물론 음악도 사랑했지만 문학의 깊은 의미는 그녀를 빠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공부하면 할수록 결과가 정확하게 보여주는 학업이 즐거웠다. 그리고 오닐과도 정리도 필요했다. 자신의 어떤점을 좋아해주는건지 잘은 모르지만 생각에 잠긴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다. 연주회 투어의 스텝일도 즐거웠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정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았다. 그리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명확해졌다. 망설일 것이 없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선 제일 하기 싫은 일이지만, 희재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뉴욕의 학업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아마 희재도 이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