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도 쓴다!/우린 운명이야 -연재중

우린 운명이야 - 4

장자의 꿈 2021. 2. 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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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영 도서관

 

 정우는 도통 말이 없는 시나를 쳐다봤다. 그녀는 조용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어제 만난 키가 큰 하사가 생각났다. 시나를 한참이나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매우 인상깊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도착지에 왔다는 네비게이션의 기계음이 정우를 정신차리게 했다. 차를 가지고 들어 갈수 없다는 말에 시나와 정우는 노트북과 개인물건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 정우는 부대입구를 지키는 병사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나는 가방을 들고 정우 옆에 조용히 서있었다. 부대를 오가는 사람들은 시나를 한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묘한 분위기의 시나는 머리카락을 살짝 비틀어 목 아래쪽으로 묶었다. 귀 양옆으로 머리카락이 살짝 흘러내렸지만 일부러 그렇게 한 거 마냥 자연스러웠다. 하얀 시나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 표정이 없었다. 잠시후 군용 자동차가 입구로 왔다. 민호는 차에게 뛰어내려 미안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차를 못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미처 알리지 못했군요. 어서 타십시오. 안내하겠습니다.”

 

 민호는 시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민호의 뜨거운 시선을 그대로 받으며 시나도 그를 응시했다. 도서관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닌 부대의 대대장실에 들어가 그들을 소개했다. 정우와 시나는 가슴 한쪽에 방문증이란 표시를 달고 앞으로 두 달동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들었다.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는 시나를 민호는 선임 상관 옆에 서서 그녀를 내려봤다. 눈을 깜박일때마다 그녀의 긴 속눈썹은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시나가 주변을 살짝 둘러보다 자신을 쳐다보는 민호와 눈이 마주쳤다. 민호는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시나 역시 시선을 내렸다.

 

 도서관 건물은 부대 본 건물의 뒤편에 있었다. 페인트를 칠한지 얼마 안된 건물이라 다른 건물과 달리 색이 밝고 깨끗했다. 시나는 그녀의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건물 겉모습을 찍었다. 정우는 민호와 이야기를 나누며 도서관 전체의 도면을 살펴보았다. 시나는 넓은 공간 한 켠에 들어와있는 서가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구체적인 내용을 메모했다. 그녀는 수첩에 서가의 총 갯수, 길이, 넓이, 폭, 서가를 이루는 목재의 두께 등의 세세한 부분을 적었다. 구석 구석을 카메라로 담았다. 도서관에는 그들 외에 일을 돕기 위한 병사들이 서성거렸다. 시나는 탁자위에 노트북을 꺼냈다. 정우와 도면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민호에게 다가갔다.

 

“하사님, 노트북에 연결해 출력할 프린터가 필요합니다.”

 

 민호는 시나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강한 눈빛으로 내려보았다. 가슴이 설레였다. 시나 역시 키가 큰 이 남자는 왜 자꾸 자신을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는지 알 수 없었다. 원래 모든 사람을 그렇게 쳐다 보는건가 가볍게 생각했다.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더 필요하신건 없으신가요?”

 

 시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리고 다시 노트북이 있는 탁자로 왔다. 전원을 올리며 카메라를 연결하여 그녀가 찍은 사진을 편집하며 또 다른 프로그램을 올렸다. 정우는 민호와 대략적인 이야기를 끝낸 뒤 도면을 들고 시나에게 다가갔다.

 민호는 프린터를 들고 들어온 병사에게 프린터 설치할 것을 이야기했다. 시나는 도면의 치수를 꼼꼼히 기입하며 시뮬레이션을 입체화시켰다. 컴퓨터 화면 속에는 지금 이 공간이 축소된 도서관이 만들어졌다. 시나는 서가의 배치를 시작했다. 민호는 시나 뒤에 서서 그녀가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조정하며 입체화시키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녀의 움직이는 손가락을 쳐다봤다. 반지가 없다. 민호는 가슴 한 켠에 반가움이 일었다. 하지만 그 어떤것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냥 그녀가 지금 눈앞에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

 

 민호에겐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익숙했다.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다. 다만 지금 주어진 일이 그녀가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정우와 시나는 서가의 배치를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계속 의논했다. 민호는 커피를 타왔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시간이라 생각되어 본인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커피를 탔다.

 정우는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민호를 보며 시나를 살짝 쳤다. 시나는 고개를 들어 정우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정우가 이끄는 대로 자리에 일어나 넓은 탁자로 향했다. 셋은 민호가 타온 커피잔을 들었다. 제일 먼저 한모금 마신 정우는 코를 찡그렸다.

 

“최선생님, 선생님이 좋아하는 커피 스타일 같은데. 너무 진해.”

 

 민호는 눈동자를 살짝 치켜뜨며 시나를 쳐다봤다. 시나도 커피 잔에 입을 댔다. 그리고 한 모금 살짝 마시고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민호는 기뻤다. 그녀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 그냥 기뻤다. 평소 커피를 아주 진하게 마시는 시나는 이렇게 커피를 대접 받을 때면 곤혹스러웠다. 각자의 커피 취향이 다름이기에 매번 한모금 마시고 마시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마음이 편해질 만큼 커피가 진했다.

 

 정우는 민호를 찬찬히 훑어봤다. 민호는 커피를 연신 마시며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자신이 타온 커피를 즐겁게 마시는 시나를 흘깃 쳐다봤다. 정우는 웃음이 자꾸 삐져나왔다.

 만난지 얼마 안되었지만, 이 남자 볼 때 마다 정말 마음에 든다. 저 남자는 안그런척 하지만, 자신의 감정이 그대로 보였다. 그런데 이 사실을 시나만 모르는 것 같았다. 정우는 씩 웃으며 시나를 쳐다봤다. 시나는 이 두 남자가 왜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도서관 밖에 갑자기 병사들이 거수경례를 하며 벌떡 일어났다. 커피를 마시던 세 사람은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났다. 민호는 박준위님이 얼굴이 벌개져서 뛰어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시나야, 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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