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민호 하사.
국립묘지 근무지에서 파주로 전출명령이 떨어졌다. 사실 민호는 그곳으로 지원했다. 그에게 아버지와도 같은 박준위님이 파주에서 근무하기 때문이었다. 건강이 안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가까이서 모시고 싶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민호는 그분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바른 청년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비뚤어질수도 있었지만 민호는 두 사람의 마음에 함부로 살수 없었다.
지금은 그분의 작아진 어깨를 바라보며 민호는 숨을 크게 쉬었다. 이젠 자신이 도움이 될수 있을것이란 자신감마저 생겼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며 민호는 창밖에서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문득 몇 달 전 그녀가 생각났다.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녀가 그렇게 가버리고 민호는 당직근무를 하며 마음이 뒤숭숭했다. 오랜만에 안부전화 겸 민호는 이미 파주로 가서 근무하고 있던 박준위에게 전화를 했다. 멀리 들리는 나이 지긋한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접니다. 민호. 건강하시죠? ”
“민호야. 이름 말안해도 안다. 저녁 먹었니? 거기도 비 많이 오니? 여긴 아주 퍼붇는구나. 운전조심해라.”
민호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저기, 며칠전에 박준위님도 오셨지 않습니까? 그때 궁금했는데 차마 여쭙질 못했습니다. 오늘 그 가족분이 오셨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 ... 시나가 왔었구나. 그 녀석, 그날은 입술 물고 울음 참더니. 거기 묻힌 분들은 내가 군생활하면서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님 부부시다. 35년 군생활하시다가 전역하셨는데, 마침 그날 가족여행 간다고 나섰다가 사고가 났었다. 선배님답게 다른 차 피해 안준다고 핸들을 꺾었는데 그게 벼랑이었다고 하는구나. 그때 차안에 형수님, 작은따님이 있었어. 오늘 너가 본 사람은 큰딸 시나야.
일찍 결혼해서 나도 그 결혼식에 갔었지. 그런데 왜 큰 사위가 장례식때도 그렇고 안보였는지. 시나 혼자 힘들텐데. 계속 연락하는데 그 애와 연락이 안되는구나. 다음에 보면 연락처 알아주겠니? 난 그만 가봐야 겠다. 수고해라.”
민호는 가슴이 먹먹했다. 자신은 처음부터 부모의 기억조차 없이 자랐다. 그런데도 사랑하는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가족이 한꺼번에 한순간에 사라졌을텐데, 넘겨지지않는 서류를 내려보며 답답했다. 또 한편으로는 그녀가 이미 결혼했다는 사실에 괜시리 아쉬움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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