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도 쓴다!/우린 운명이야 -연재중

우린 운명이야 - 7

장자의 꿈 2021. 2. 13. 07:41
728x90

- 이상한 사람

 

 업무를 끝낸 민호는 바로 독신자숙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나가 근무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병영도서관은 계획대로 움직여갔다. 민호가 일이 끝나 도서관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이유는 시나를 보기 위함이 컸다. 이젠 도서관 사서들이나 로비의 입구 관리하는 분들은 민호와 아는척을 할 사이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좀 늦으셨네”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에게 큰 키의 민호는 훤칠한 군인아저씨로 통했다. 친절한 미소와 부드러운 음성으로 이미 다른 사서들은 민호가 올 시간만 되면 거울을 보며 신경을 썼다. 장난스런 정우는 그런 동료들을 놀려대기 일쑤였다. 동시에 시나를 바라봤지만, 무표정한 시나의 눈길은 책 목록 작업에 여념없었다. 정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저 바보. 혼자 몰라요, 혼자 몰라.’

 

 사실 시나도 알고 있었다. 민호가 자주 도서관을 오는 것과 그 이유가 아무래도 자신인 것을. 모른척하고 싶었다. 더 이상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은 맘이 더 컸다. 민호가 올때면 시나는 슬그머니 장서를 꽂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에게 다가가, 쌓인 북트럭을 끌고 서고쪽으로 들어갔다.

 

 이상한 사람이다. 시나는 민호가 자신을 볼 때 눈빛이 더 부드러워지는걸 알았다. 그가 자신에게 다가올 때 시나는 일을 만들어 일부러 피했다. 그녀가 뒤돌아서 걸음을 옮길 때 뒤로 느껴지는 민호의 뜨거운 시선을 무시하고 싶었다. 오늘도 역시 피할 것이다. 그러면 점점 그도 단념할 것이다.

 북트럭을 끌고 책에 붙어있는 청구기호를 보며 서고의 숫자만 보며 이동했다. 유달리 오늘은 이용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북트럭이 무겁다. 책의 청구기호를 순서대로 정렬했기 때문에 해당 서고에 꽂기만 하면 되었다. 무거운 북트럭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시나는 시선을 책에서 떼고 돌아봤다. 민호였다.

 군복을 입은 그는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모자를 벗어서인지 이마에 머리카락이 살짝 땀에 젖어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서선생님”

 

 시나는 눈을 깜박이며 순간 놀란 기분을 다 잡았다.

 

“네, 또 뵙네요,하사님”

 

 민호는 시나의 새초롬한 얼굴을 내려다보며 귀엽다는 듯이 씩 웃으며 북트럭에 놓여있는 책을 들어 해당 서고에 꽂았다.

 

“저도 이젠 청구기호를 보고 제자리에 꽂는건 할수 있습니다.염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돕고 싶어요”

 

 시나는 궁금했다. 왜 자꾸 자신을 보며 저렇게 웃는지. 또 시선이 자신에게 멈추는지.

 

“하사님,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오신거 아닌가요? 조금있으면 이용시간이 끝나요. 그리고 이건 제 일입니다.”

 

 민호는 시나가 자신을 또 없는 사람인냥 지나칠줄 알았는데, 대답하는 시나를 내려보며 더 활짝 웃었다.

 

“선생님, 제가 시나 선생님께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알고 싶습니다. 저와 식사 하시겠습니까?”

 

 당당하게 말하는 민호에 시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순간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거절해야 하는데, 거절하는 말을 뱉으려고 하는데, 민호가 책을 여러권 들고 성큼성큼 책을 꽂기 위해 피했다. 시나는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만 응시했다. 직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민호가 왠지 싫지 않았다. 하지만 거절해야 했다. 아무 말 없이 움직이는 시나를 조용히 따라가며 민호는 책을 꽂았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책을 들 때 민호는 몰래 시나를 훔쳐봤다. 긴 속눈썹, 하얀 손가락, 반지가 껴 있을. 민호는 손가락을 유심히 봤다. 반지가 없다. 결혼했다고 들었다. 자신이 그녀에게 감정을 표현하기까지 민호도 고민을 많이 했다.

 

 한 가정을 파괴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자신의 속마음이라도 표현하자고 다짐하며 열심히 오늘 할 말을 연습해온 그였다. 민호는 가슴이 뛰었다. 정말 그렇다면, 만약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면 놓치고 싶지 않았다.

 

'웹소설 나도 쓴다! > 우린 운명이야 -연재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린 운명이야 - 8  (0) 2021.02.19
우린 운명이야 - 6  (0) 2021.02.06
우린 운명이야 - 5  (0) 2021.02.05
우린 운명이야 - 4  (0) 2021.02.04
우린 운명이야 - 3  (0) 202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