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
민호는 퇴근하는 사람들 사이 도서관 외벽에 기대 시나를 기다렸다. 자신의 제안에 아무말도 하지않고 바라만 보던 시나가 승낙한걸로 멋대로 생각했다. 항상 상대방을 배려하던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렇게 적극적인 사람이었나?’ 민호는 스스로 부끄럽기도 했지만, 기대감에 설레였다.
시 나는 퇴근시간이 다가올수록 어찌할바를 몰랐다. 민호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을 때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만 봤다. 정우는 오히려 시나의 책상을 정리하며, 어서가라며 징징거리듯 말했다. 갑자기 정우의 바삐 움직이던 손이 멈췄다. 시나는 정우가 쳐다보는 눈길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하루 종일 흐리던 하늘에서 우두둑 비가 내리고 있었다. 도서관 밖으로 이용자들도 걷는 걸음을 뛰며 비를 피하며 사라져갔다. 시나는 밖으로 눈을 돌려 정우를 찾았다. ‘차를 가져왔을거야, 비를 피하는 곳에 있을거야.’속으로 생각을 하며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주차장은 멀리 있고, 마땅이 비를 피할 공간조차 없는 도서관이었다.
시나는 서랍에서 우산을 꺼내 가방에 넣었다. 조용히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1층에 내려와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도 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밖에 있나? ’
빗줄기는 점점 세지고, 물안개처럼 바닥에 쏟아지던 빗방울은 희뿌연 연기처럼 보였다. 우산을 꺼낸 시나는 멍하니 비를 바라보며 손을 뻗어 비를 맞았다. 그때 그녀의 시선이 흔들렸다. 거센 비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민호가 있었다. 도서관 출입구에 서있던 시나를 발견한 민호는 기쁜 듯이 손을 들어 흔들었다.
‘저 바보. 비를 다 맞고 뭐하는거야.’융통성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우산을 펴고 그에게 다가갔다. 점점 강하게 내리는 빗속에 서있을 그가 걱정이 되었다. 빨라지는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우산 한켠을 그에게 씌우며 말했다.
“원래 이렇게 답이 없는거에요? 지금 이렇게 비가 오는데 다 맞고 있는 사람이 어딨어요? 차는 안가져오신거에요?”
온 몸이 젖은 민호는 빗물이 자신의 얼굴을 타고 내리는것보다 시나의 갸녀린 어깨가 젖는 것이 더 신경이 쓰였다. 우산을 기울이던 시나에게 오히려 우산을 시나에게 더 씌워주던 민호는
“어깨가 젖잖아요. 이러다가 감기라도 들면 안되지 않습니까? 저는 이미 젖어서 괜찮습니다.”
민호의 말은 강한 빗속에서도 명확하게 들렸다. 건강하게 그을린 갈색빛 그의 얼굴은 미소로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시나는 순간 기억이 스쳤다. 저 미소. 어디서 본적이 있다.
“저, 어디서 우리 봤나요?”
민호는 비내리던 국립묘지의 시나가 떠올랐다. 하지만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저 시나를 따뜻하게 내려봤다. 시나는 그의 눈빛을 보고 기억해냈다.
국립묘지의 그 군인. 자신을 안쓰럽게 쳐다보던 따뜻한 눈빛의 그였다. 시나는 우산을 든채 다시 재회한 민호를 가만히 올려봤다. 그 역시 언제나 무표정한 시나의 얼굴이 놀람에서 복잡한 감정으로 물듬을 바라봤다. 그들은 다시 그렇게 서로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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