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도 쓴다!/항상 웃어줘!

항상 웃어줘! - 11

장자의 꿈 2021. 1. 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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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근거림 그리고 질투

 

 

 예인은 여기가 한국인지 뉴욕인지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한 희재의 생일파티는 즐거웠다. 선물을 준비 하지 못한 예인만 미안해하는 파티였다.

 

 침대에 누워 눈을 말똥거리며 공항에서 희재와 조의 배웅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희재의 건강도 다시 회복해 보였고, 조는 여전히 무섭게 생겼다고 생각하며 웃었다. 그런데 지내는 내내 희재에게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평소 악세사리를 하지 않던 그가 목걸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궁금하지만, 그의 대답이 두려워 차마 묻지 못했다.

내가 두려운 것은 과연 뭘까예인은 멍하니 희재의 목걸이의 의미를 생각했다.

 

 

 예인은 급하게 일어났다. 다시 뉴욕의 일상이다. 그동안 밀린 과제가 있는지 당장 학교에 가봐야 할 것 같고. 오닐에게서 온 메일도 읽어보지 않았다. 오닐은 예인이 한국에서 지낸 날 만큼 매일 보냈다.

 

 학교로 이동하는 이 거리에 이런곳이 있었구나 하며 예인은 천천히 돌아보며 걸었다. 갑자기 걸음을 멈춘 예인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너무 먹고 싶었다.

속으로 큭큭 웃으며 예인은 평소 잘 먹지 않던 아이스크림을 손에 든 채 학교로 들어갔다.

 

 항상 앉던 벤치에 앉아 예인은 달달하게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햝으며 희재가 아이스크림을 외치며 좋아하던 우스꽝스런 순간을 생각했다. 예인은 그 순간을 떠올리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손에 묻은 아이스크림을 씻었다. 그때 가방에서 손수건이 눈에 띄었다.

 오닐의 손수건이었다. 아직 돌려주지 못했다. 예인은 그가 있을 연구실 건물로 천천히 움직였다. 연구실은 잠겨 있었다. 수업중인가. 돌아서던 예인은 깜짝 놀랐다. 바로 뒤 오닐이 서있었다. 예인은 뒤로 물러서며 오닐을 쳐다봤다. 예인은 손수건을 내밀었다.

 오닐은 차가운 얼굴로 손수건을 내려보며 아무 말없이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안해진 예인은 따라 들어가 그의 책상 가운데 손수건을 내려놓고 고개를 꾸벅 인사하며 황급히 문 쪽으로 이동했다. 순간 오닐은 그녀를 낚아채듯 품에 안았다. 예인은 너무 놀라 아무말 할수도 없었고 그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났다.

 

 그를 밀어내는 예인을 더욱 안으며 알아들을수 없는 말을 하며 그녀를 더욱 안았다. 예인은 다시 오닐을 있는 힘껏 밀었다. 그리고 그의 뺨을 힘껏 쳤다. 손이 뻐근했다. 문을 열고 뛰어나가는 그녀 뒤로 오닐은 그녀가 때린 뺨을 만지며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사실 오닐은 그녀의 집주소를 알아낸 후 매일 같은 시간에 기다렸다. 살아오면서 한번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이것이 운명이라면 놓치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는 메일만 보내고, 자신이 보낸 이메일은 열어보지도 않은채 일주일이 지난 지금 만난 것이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웃음기 있는 사랑스러운 얼굴로 말이다. 오닐은 그녀가 자신의 연구실로 향하는 것을 알고 그대로 따라왔다.

그리고 지금 그의 뺨은 불그레했다. 하지만 우습게도 오닐은 안심이 되었다. 다시 그녀가 돌아온것에 만족했다.

 

 예인은 씩씩거리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과제를 체크하며 노트북을 켰다. 오닐의 편지가 가득했다.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를 알까 싶어 메일을 하나 하나 열어 읽었다. 처음엔 연주회 스텝일정을 자세히 알려주던 그의 메일은 점점 연락없는 그녀를 걱정하는 글로 가득했다. 마지막 메일을 읽으며 예인은 편지를 모두 삭제했다. 머리가 복잡했다.

그저 한두번 봤을 교수가 같은 한국이라는 공통점으로 저러는 것이 아닌지 생각했다. 하지만 과제가 눈 앞에 닥치는 지금은 생각을 접어두기로 했다. 방학을 앞두고 학점관리를 해야 했다.

 

 두꺼운 책을 낑낑거리며 들고 가다가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나누는 오닐의 모습을 무신경하게 지나갔다. 오닐은 살짝 웃으며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예인 곁으로 뛰어와 두꺼운 책을 성큼 들었다. 예인은 그녀도 모르게 입술을 비죽이 내밀었다. 오닐은 크게 웃으며 예인의 흉내를 냈다. 그리고 예인이 자주 앉는 벤치에 이르러 책을 올려놓고 예인을 돌아봤다.

 

 “내일 밤에 투어 총책임자 메리언이 주체하는 파티가 열려요. 8, 늦지 말아요. 예나

 

 오닐은 날렵한 몸을 일으켜 음악 강당으로 향했다. 예인는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밤마다 희재에게 전화가 왔다. 희재의 건강이 염려되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항상 밝았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고 조도 말해주었다. 전화로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희재는 더욱 밝아진 듯 했다.

 그에게 연주회 내부스텝으로 참여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오닐이라는 연주가이며 교수라는 사람이 있다고 짤막하게 말을 했다.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거라 생각했다. 희재에게는 내일 밤에 있을 파티에 대해 짤막하게 말했다. 그러자 희재는 예인에게 아주 달콤한 목소리로, “춤은 절대 추면 안돼, 예인아. 항상 너의 상대는 나야. 알았지? 하하.”

 

 예인은 파티에 관해 자세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옷을 걸쳤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살이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예인은 한숨을 쉬었다. 자신은 글래머스러움과 아주 멀다고 중얼거리면서 화장을 했다. 평소 자신을 무시하는듯한 몇몇 스텝의 얼굴이 생각났다. 가벼운 화장이 점점 진해졌다. 순해보이는 그녀의 동그란 눈은 카리스마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만족한 예인은 단발머리에서 이젠 제법 어깨에 내려오는 검은 머리를 가볍게 묶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은 자연스럽게 웨이브 컬을 만들어, 예인의 작은 얼굴을 더욱 아름답게 감싸안았다. 예인은 거울속의 자신에게 씩 웃었다.

 

 사람들은 이미 그들의 대화에 푹 빠진 것 같았다. 예인은 화려한 사람들 속에서 아는 얼굴이 있는지 찾다가 무심히 창 쪽으로 다가갔다. 아주 오래된 듯한 창에 기대어 웨이터가 갖다준 음료를 집어 들었다. 무심코 입에 대다 코가 찡그려졌다. 상당한 알콜이 느껴지는 음료다.

 

 아니, 이건 독한 술이다. 예인은 그냥 들고 있기만 하고 사람들을 한번씩 쳐다봤다. 오닐은 그녀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계속 그녀를 쳐다보았다. 참 둔한 여자다.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몸에 붙는 검정 드레스가 섹시하다.

저 무표정한 얼굴에서 미소가 보인다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오닐은 옆으로 다가오는 파티의 주체자이자 연주회를 총괄 지휘하는 마담 메리언을 보지 못했다. 오닐은 예인이 음료에 입을 대고 찡그리는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메리언을 비롯한 사람들은 오닐이 눈을 떼지 못하고 계속 쳐다보고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꼼꼼히 찾아봤다. 마담 메리언은 입꼬리가 옆으로 살짝 벌어졌다. 이 차가운 오닐의 관심을 받는 상대가 작은 동양여자 아닌가.

 

 예인 옆으로 웨이터가 다가갔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했다. 예인은 고개를 돌려 오닐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예인은 사람들을 살짝 피하며 그들에게 다가왔다. 예인은 오닐과 눈 인사를 건넨후 마담 메리언을 쳐다봤다.

 

 “예나, 이 분은 파티 주체자이자 이번 연주회 투어를 도와줄 총괄책임자에요. 마담, 예나에요. 이번에 저희 연주회 도와줄 스텝이에요. 처음 함께하는 팀원이에요.”

 

 일일이 주변의 스텝들과 인사를 건넸는데도 메리언은 예인과는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바삐 움직이는 웨이터를 불러 세워 호통을 쳤다.

 

 “이봐, 내가 준비하라고 한 음료는 어딨어? 왜 준비하라고 한건 안했지?”

 

 예인은 그녀의 호통소리에 놀랐다. 목소리가 이 파티홀을 울리는 듯했다. 마담 메리언은 목소리에 걸맞게 살집이 넉넉하게 잡히고 희끗한 머리를 꽉꽉 올려묶은 깐깐한 할머니 같았다. 잔머리 한올도 용서하지 않는 그녀의 완벽한 모습에 사람들은 조용해지며 눈치만 볼 때 예인은 웃음이 쿡하며 나왔다. 메리언은 눈썹을 한쪽으로 올리며 옆의 동양여자를 째려봤다. 오닐과 그의 친구들은 조마조마했다. 아직 예인은 메리언의 성격을 몰라서 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마담, 저도 다른걸 마시고 싶었어요. 여기 술은 모두 독해요.”

 

 아무렇지 않게 친근하게 말하는 예인을 보고 메리언은 당황했지만 표정을 관리했다. 그리고 그녀의 행동을 지켜봤다.

웨이터에게 놓인 디저트중에 색깔이 변한 과일이 있다고 말하며 그것을 설탕물에 살짝 담그라고 조용히 알려주는 예인을 흐뭇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다시 파티는 즐거운 분위기로 돌아갔다. 메리언은 자리를 옮겨다니며 사람들과 일일이 인사할 때, 예인을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은근히 예인을 자랑하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오닐과 일행들은 저들끼리 어깨를 툭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일행들은 메리언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하며 저 동양 여자의 이름이 뭐였냐고 물었다.

 

 “예나. 음악을 사랑하면서 문학을 공부하는 한국인. 햇빛을 사랑하고 잘 웃지 않는 그런 신비로운 여자라고 할까.”

 

 오닐은 눈을 떼지 못한채 멍하니 말했다. 그들의 친구들은 낯선 오닐의 모습에 수근거렸다.

 

 파티의 음악은 매우 잔잔한 음악으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서로의 몸을 밀착하며 춤을 췄다. 메리언은 시원한 맥주에 입을 대며 매우 기분 좋은 웃음을 보였다.

 그때 예인에게 다가오는 오닐에게 그녀를 밀었다.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오닐과는 다르게 예인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뒤로 물러섰다. 오닐은 걸음을 멈쳤다. 순간 갈색머리의 가슴 큰 여인이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오닐의 손을 잡아당겼다. 오닐은 춤을 추면서도 예인을 훔쳐봤다.

 

 예인은 창문에 기대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항상 그녀의 시선은 밖을 향했다. 갑자기 예인이 고개를 들어 홀의 출구쪽으로 쳐다봤다. 그곳에는 두 명의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덩치가 우람한 흑인은 그의 피부와는 대조되는 하얀 와이셔츠위로 자켓을 어깨위로 던지며 예인에게 손을 흔들었고 옆의 남자는 큰 키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예인을 향해 웃었다.

 

 오닐은 깜짝 놀랐다. 항상 무표정의 그녀가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 중 우락부락한 흑인은 성큼성큼 예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를 잡고 위로 올리며 큰소리로 웃었다. 예인도 소리를 내며 흑인의 손을 잡고 있었다. 두 사람이 그렇게 웃고 떠들며 반가워할 때 키가 크고 이빨이 가지런한 동양남자가 조용히 그들에게 섰다. 내려놓는 예인을 따뜻한 눈빛으로 내려보던 그 남자를 예인이 팔로 목을 껴안았다. 그도 그녀가 부서질까 조심히 안으며 그녀의 목으로 고개를 파묻었다.

 

 오닐은 불쾌감이 밀어올랐다. 자신에게 한번도 보이지 않는 모습을 하필 저 남자에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메리언은 오닐을 툭 치며 어깨를 잡았다. 서로를 보며 웃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다정해서 도저히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았다. 오닐은 옆의 친구들이 뭐라고 하든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온통 신경은 저들에게 향했다. 메리언까지 합세해서 웃고 떠들고 있었다. 덩치 큰 남자와 메리언은 맥주를 들이키며 맥주찬가를 외치고 있었다. 예인과 그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남자가 예인의 얼굴위의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무슨 말을 하자 그녀는 활짝 웃었다. 그리고 고개를 가로 젓는 그녀를 이끌고 홀로 나갔다. 계속 미안한듯 고개를 젓는 예인을 살짝 들어올려 그의 구두위로 그녀의 발을 올려놓게 했다. 그의 반짝 거리며 윤이 나던 구두는 예인의 신발로 지저분해졌지만 그는 그저 예인만 내려다 볼 뿐이었다.

 

 예인이 미안한듯 내려올려고 할때 그는 예인을 가만히 안으며 그녀의 귓가에 무슨 말을 하는 듯 했다. 그러자 예인도 가만히 그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그 둘을 주시하며 홀 가장자리로 자리를 피해주자 두 사람만 홀의 중앙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니, 남자발 위로 그녀가 올려선채 몸을 내 맡기고 있었다. 맥주를 마시던 조는 씨익 웃으며 큰소리로 매리언에게 말했다.

 

 “마담, 내가 사는 이유가 두가지가 있어. 하나는 이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고, 마지막 하나는 저 두 사람 때문이지.”

 

 메리언은 맥주를 마시며 그들을 지켜봤다. 좀전까지 춤추지 않았던 예인를 떠올리며, 오닐을 찾았다. 꼿꼿이 서있는 오닐은 화가 많이 나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번 연주회가 과연 잘 끝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지만, 저 두 사람 썩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거리며 맥주를 마셨다.

 

 

 어젯밤 갑자기 방문한 두 사람으로 예인은 너무 기뻐 졸립다는 조와 그저 웃기만 하는 희재옆에서 잠이 들었다. 갈증으로 일어난 조는 손을 잡고 잠든 두사람을 내려보며 행복이라는 것이 이런건가 생각했다. 예인도 많이 변했다. 희재에게 차갑기만 하던 그녀가 저렇게 손을 잡고 잠이 들어있다. 두 사람에게 가벼운 담요를 덮어주며 조는 다른 방에 조용히 들어갔다.

 

 희재는 문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옆에 누워 고른 숨을 쉬며 자고 있는 예인을 바라봤다. 잘 웃고 잘 자는 예인을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며 미소가 지어졌다. 어젯밤 섹시한 그녀를 보고 처음에 깜짝 놀랐다. 같이 춤추며 내 품에서 움직이는 그녀의 움직임에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올려보며 웃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예인의 허리를 잡고 춤을 추며 희재는 숨을 고르게 쉬기 위해 무척 애써야만 했다.

어제 그녀의 드레스는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었다. 살짝 묶은 머리옆으로 자연스럽게 나온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금 마른것 같아 맛있는 음식을 먹여야 겠다고 생각하며 예인의 속눈썹을 손으로 쓸었다. 잠든 예인을 깨워보고 싶었다. 만약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면 키스로 서로를 깨우겠지 하며 희재는 생각했다.

 

 맛있는 냄새가 났다. 예인은 조금더 누워서 순간을 즐기고 싶었다. 어제 춤도 췄고 조와 희재는 그녀와 함께 여기 있다.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려 잠든것 같다.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며 가만히 이불에 얼굴을 묻었다.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유를 모른채 예인은 웃음이 나와 입으로 막았다. 엎드려서 베개 밑에 얼굴을 묻으면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나름함을 즐겼다. 누군가 다가옴을 느꼈다. 조심스럽게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희재였다. 예인은 일부러 잠자는 척하며 엎드렸던 몸을 순식간에 돌려 머리카락을 만지던 손이 얼굴로 향했다.

 희재는 깜짝 놀라며 어찌할바를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잠자는 예인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 눈썹, 킁킁 거리는 코. 희재는 활짝 웃으며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예인의 입술을 살짝 건드렸다. 벌어지는 입술을 만지려던 희재는 손을 내리며 예인의 얼굴을 살짝 올려 아기 어르는 것처럼 깨우기 시작했다. 그의 품에서 편안함을 느낀 예인은 눈을 살짝 뜨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그가 만진 입술을 만졌다. 예인은 자신의 장난이 불러일으킨 스킨십에서 더 큰 갈망을 느꼈다.

 

 조는 그들을 구경하며 식사시간을 즐겼다. 한쪽 손에 턱을 괸채 입을 오물거리며 먹는 예인과 그런 그녀를 반한 듯 바라보는 바보같은 희재를 구경했다.

 예인은 눈이 마주칠 때 마다 웃어주는 조와 희재가 뉴욕에 있는 것이 신기했다. 예인은 웃음이 실실 나오자 입에 커다란 방울토마토를 넣으며 숨겼다. 토마토를 씹는 순간 삐져나오는 즙이 입술사이로 흘러나오자 희재는 몸을 예인에게 기울이며 손으로 닦았다.

 그저 즙을 닦는 희재의 손길에 예인은 토마토를 꿀꺽 삼키기만 했다. 그녀는 왜 가슴이 미칠 듯이 뛰는지 알수 없었다.

다시 세 사람은 가족이 되어 떠들며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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