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도 쓴다!/항상 웃어줘!

항상 웃어줘! - 10

장자의 꿈 2021. 1. 20.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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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행복

 

 

 조는 문밖에서 조심히 문을 열어 침대위에 손을 잡은채 잠든 두사람을 봤다. 깊게 파인 얼굴의 흉터위로 미소가 드리웠다. 벌써 한낮인데 아직도 저 두 사람에게는 꿈속인 것 같아 내버려두기로 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단잠에 빠진 희재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조의 상상과는 달리 이미 희재는 깨어있었다. 희재는 지금 이 순간이 꿈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옆의 누워서 입술을 옹알 거리며 자고 있는 예인이 실체인지 눈을 깜박이며 숨을 참았다. 만약 예인이 깨서 서로 난감한 상황을 만드는건 아닐까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희재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자는 예인의 얼굴을 마음속에 그리려는 듯 조심히 쳐다봤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면 좋을 것 같았다. 이제 희재는 바라는 것이 없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순간 예인이 눈을 떴다. 희재는 당황해 서둘러 눈을 급히 감았다.

 

“배가 고파서 도저히 잠도 못자겠네. 난 이제 일어나야지. 옆에 누운 멋진 남자분도 일어나야 할텐데. 아아, 이제 이 손 좀 놓아주면 좋겠다.”

 

 희재 들으라는 듯 살짝 웃으며 말하는 예인은 눈을 뜨며 자신을 바라보는 희재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누가 이 지경까지 아프랬어? 이제 그만 어린아이 같은 행동은 하지 말지 그래. 조가 할아버지 되겠다. 걱정 좀 끼치지 말어. 아주 내가 못살겠다. 왜 텔레파시를 보내서 공부하는 사람 부르는거야.”

 

 눈썹을 치켜세우며 잔소리를 하는 예인의 모습을 침대에 누워 가만히 바라봤다. 희재는 종알거리는 예인이 마치 남편에게 따지는 잔소리꾼 아내 같다는 생각을 하며 쿡 거리며 웃었다.

 

 그러다 예인의 헝크러진 머리를 봤다. 희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예인의 머리를 쓸었다. 무심코 나온 행동에 예인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신의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었을까봐 침대에서 급히 내려왔다.

예인은 구겨진 자신의 옷을 내려봤다. 새벽에 도착해서 그냥 이대로 잤나보다. 옷도 하나 안가지고 왔는데 입을 비죽이 내미는 예인의 표정을 살피며 희재는 조용히 말했다.

 

“예인아, 너 방에 가면 입을 옷 있어. 그대로 있어. 언제나 너의 물건은 그대로야.”

 

 등을 보이며 서있던 예인은 눈을 내려깔며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언제나 희재는 변함이 없다. 본인은 몸이 저 지경인데 내 방에 무엇이 있는지, 갑자기 떠난 여자의 물건을 그대로 두었다고 하는지. 저 남자를 어떻해 하지.

 

 순간 예인은 더 이상 희재와 같은 방에 있을수가 없었다. 가슴이 미어지며 눈물이 날것 같았다.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그때 밖엔 조가 기대서서 웃고 있었다.  예인은 그대로 달려가 조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조는 아무말없이 이 종달새 같이 잘도 날아다니는 예인을 혼내야 겠다는 생각을 접은 채 꼭 안아주었다.

 

 식탁에 앉은 세 사람은 음식앞에 조용해졌다. 예인은 활짝 웃으며 수저를 들어 희재의 손에 쥐어주었다. 희재는 계속 꿈속에 있는 듯 몸이 붕붕 떠있는 것 같아 음식을 먹으며 예인을 훔쳐봤다. 예인은 밥이 맛있다며 조를 보고 상큼한 웃음을 보냈다. 조도 희재도 앞에 앉아 웃는 예인을 바라보며 웃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느긋한 오후의 식사 시간이다.

 

예인은 두사람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편했다.  ‘가족이 이런 느낌이었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따뜻한 시선을 마음껏 즐겼다.

 

옆자리에 앉은 희재를 보며 아윈 그의 얼굴이 자신 때문인 것 같아 가슴 한켠이 저렸다.  지금은 뉴욕의 학교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지금 두 명의 가족 같은 남자와 함께하고 싶었다. 창문으로 느껴지는 햇살은 뉴욕의 햇살과는 달랐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하는 한국의 햇빛이다.

 

 희재가 말한대로 예인의 물건은 더 늘어있었다. 내 취향대로 옷장의 옷은 종류별로 채워져 있었다. 예인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세심한 성격의 희재를 이해하지만 어떻게 이런 준비까지. 혼자 정리했을 희재의 뒷모습이 눈에 그려져 가슴이 아팠다. 예인은 노트북을 켰다. 학교에 알려야 할 것 같았다. 당장 급한 것은 없으나 학기 마무리 에세이가 있었다. 그리고 오닐과의 연주회 약속이 있었다. 예인이 참여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오닐은 참여하길 원했지만, 오닐이 속해있던 프로젝트 연주회는 4명의 남자로만 프로젝트 팀이었다. 예인은 연주회 일정에 맞춰 움직일 내부스텝으로 돕기로 한것이었다. 예인은 오닐에게 지금 뉴욕에 없다고 곧 돌아갈꺼라고 타이핑을 쳤다. 그리고 도착하는데로 바로 움직이겠다고 간략히 보냈다.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예인은 한쪽으로 뻗은 단발머리를 살짝 묶었다. 방을 나와 희재에게 다가갔다.

 

 희재는 소파에 기댄 채 예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인은 앉아 있는 희재를 일으켜 세웠다. 그가 이렇게 키가 컸던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예인은 그를 올려다보았다. 희재는 갑작스런 예인의 행동에 어리둥절했다. 그러면서 싫지 않았다. 예인은 장난기 있는 웃음을 보이며 양손을 잡고 춤을 추는 시늉을 했다.

 희재는 예인을 놀리고 싶었다. 자신이 춤을 못추는 몸치로 보이는가 싶었다. 사실 희재는 어릴적 극성스런 부모로 여러 활동을 강제로 배워야만 했다.

 

 그렇게 싫기만 했던 어릴적 수업이 지금은 그저 고맙기만 했다. 오히려 예인이 서로 마주하는 춤은 처음이었다. 예인은 두 손에 힘을 준채 발만 내려다보며 밟지 않으려 애쓰는 것 같았다. 희재는 웃음이 계속 나왔다. 음악도 없이 춤추자고 자신만만하게 놀려대려는 예인이 사랑스러웠다.

 

“예인아, 발을 내려다보면 어떻해. 내 발 위에 발 올려놔. 괜찮아. 하나도 안무거워. 정말이야. 그냥 올려놔. 무게를 실어. 그게 날 도와주는거야. 거봐, 괜찮지? 이제 내가 움직일게. 그리고 한쪽 팔은 이렇게. 아악, 앞으로 다른 사람이랑 춤추지 마. 하하.”

 

 희재는 예인의 허리에 손을 감싸고 끌어당겼다. 한 줌밖에 안 되는 그녀의 허리는 부서질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인 예인의 머리위로 햇빛향이 났다.

 

 희재는 눈을 감고 천천히 움직이며 그녀가 좋아하는 팝송의 멜로디를 흥얼거렸다. 지금 자신의 품의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사라질까 두려워 확인하고 싶었다. 예인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미소띤 얼굴로 그의 움직임대로 몸을 맡긴채 춤을 즐기고 있었다. 희재는 계속 흥얼거리던 노래를 반복했다.

 

 예인은 몸을 흔들며 크게 웃었다. 희재도 같이 웃었다. 이렇게 큰소리로 웃어본 것이 얼마만인지. 가만히 서로 쳐다보던 예인은 어색해진 분위기 때문인지 조한테 가보겠다고 내려갔다.

희재는 좀 전까지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같이 춤을 추던 예인의 향을 가슴에 묻었다. 그리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됐어. 이걸로 됐어. 난 만족해. 정말 충분히 행복해.”

 

 쓸쓸한 표정으로 희재는 창밖을 보며 혼잣말 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반지가 두 개 달린 목걸이를 꺼내 햇빛에 비췄다. 반짝거리며 크기가 다른 반지 두 개는 서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좀전의 그들처럼 춤추고 있는 것 같다. 희재는 목걸이의 고리를 풀어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리고 두 개의 반지를 만지며 다시 평소의 표정을 찾으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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