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학교
예인은 익숙해 질만한 학교생활을 즐기기 힘들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무언가를 빼놓고 다니는 무거움을 지울수가 없었다. 사고로 죽은 재건 때문일까 하는 생각에 그와 같이 한 커플링을 끼고 다녔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예인은 무의식적으로 반지끼는 것도 잊어버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인은 자신의 전공과는 별개로 문학을 선택했다. 영어는 곧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서 생활하는데는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 있을때보다 더 소란하다고 생각들만큼 뉴욕의 친구들은 활달했다. 매일이 과제의 연속이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간 것은 아니지만 예인은 집중 할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좋았다. 학교의 생활도 즐거웠다. 그들의 친구들은 그녀보다 나이가 어렸지만 모두들 그녀를 자신들과 같은 동갑으로 알았다. 동양인은 확실히 어려보이는구나 싶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햇빛 좋은 오후 예인은 나무벤치에 몸을 기댔다. 눈을 감고 태양을 느꼈다. 들려오는 음악소리. 예인은 눈을 떴다. 음악이 들려오는 대로 무심히 움직였다. 실기 연습인 듯 학생들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몸을 맡기고 느끼고 싶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웅성거렸다. 무대에서 남학생이 난처한 제스처를 취하며 무대 아래의 남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왜그런지 궁금하던 예인은 학생들 사이로 다가갔다. 바이올린을 든 남학생은 자신의 반주를 담당하는 여학생이 오지 않았다고 사정하고 있었다. 뒷모습만 보인 교수는 고개를 흔들기만 했다. 안된다는 의미의 제스처로 보였다. 남학생의 애처로운 눈빛이 꼭 누굴 닮은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게 누굴까. 예인은 갑자기 자신의 이런 생각에 놀라웠다.
“제가 피아노 반주를 도와드리면 어떨까요. 전 문학을 전공하는 예나(영문이름)라고 합니다. 저라도 괜찮다면”
예인은 자신도 모르게 남학생의 눈빛에 손을 들어 말했다. 일제히 예인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받으며 예인은 무대로 다가갔다. 교수는 돌아봤다. 젊은 교수다. 짧은 검점머리에 날카로운 눈빛을 가졌다. 날렵한 몸매에 하얀 와이셔츠 아래에 검정바지를 입은 것이 꼭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사람같다.
예인은 무심히 그를 바라봤다. 무대 위 남학생은 자신을 도와주겠다는 예인을 신을 보는 것 마냥 두손으로 하늘을 향해 괴성을 질렀다.
교수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까닥거렸다. 예인은 무대위로 올라가 남학생이 주는 악보를 넘겨보며, 남학생은 파트 파트 자신이 어떻게 넘어가는지와 전반적인 연주 느낌에 대해 이야기했다. 무대 아래 교수 오닐은 동양에서 온 듯한 작은 여자를 찬찬히 뜯어봤다. 중국인?, 일본인?
남학생의 실기시험은 시작됐다. 슬픈 멜로디로 시작했던 곡은 바이올린과 예인이 연주하는 피아노곡으로 절정으로 치달았다. 예인은 피아노에 감정을 실으며 한국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희재의 눈빛과 닮은 곡이라 생각했다.
시험은 끝났다. 예인은 자리에 일어나 자신을 포옹하는 남학생을 가볍게 안아줬다. 무대 아래 저 남자교수는 예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예인은 고개를 까닥거리며 밝게 비치는 밖으로 향했다. 예인은 방금 있었던 실기시험은 생각도 하지 않은채 왜 희재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지만 생각했다. 다시 나무 벤치에 앉은채 책을 펼쳤다.
오닐은 음악 강당을 나와 천천히 걸으며 방금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사실 오닐은 그 남학생이 피아노 반주없이 시험보는 것을 허락할까 했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반주 하겠다고 나서는 동양여자의 눈빛에 흔들렸다. 이 학교의 한 학기 강의를 맡아달라는 청을 거절할수 없어 수락했다. 좀전의 실기시험에서 그 여자는 처음 보는 악보를 몇몇 설명을 듣기만 하고 아주 훌륭하게 해냈다.
다시 한번 그 여자를 만나보고 싶었다. 오늘따라 햇빛이 아주 찬란하다. 오닐은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햇빛을 가렸다. 그때 그의 벌린 손가락 사이로 검정 긴 머리카락의 여자가 고개를 숙여 두꺼운 책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닐은 시선이 가는 그녀에게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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