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도 쓴다!/항상 웃어줘!

항상 웃어줘! - 4

장자의 꿈 2021. 1. 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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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미소는 누구에게.

 

 

희재는 빨리 시간이 흐르길 바랬다. 리오의 단골손님이자 신뢰하는 형같은 존재의 재건이 열차사고로 죽고 시간이 더디게 가는것 같았다. 눈을 감고 뜰때마다 시간이 흘러가길 내심 바라며 살았다. 그러면 어쩌면 나에게도. 더 이상의 생각을 할수 없었다. 여전히 사람은 살아간다.

 리오도 여전히 밤마다 사람이 많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는것이리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아려왔다. 조는 여전히 맥주를 사랑하고 음식을 잘 만든다. 그리고 예인은. 그녀는 어딨을까. 자신을 대하던 처음의 적대감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냉랭한 눈빛과 태도는 여전했다.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그녀는 가끔 노래를 불렀다. 리오는 매주 목요일 새벽 1시면 밴드나 신청하는 음악가를 엄선하여 라이브 음악을 선사한다.

 아주 오래전에 그녀가 상처받고 매일 울며 잠을 깰 때 조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다 피아노 앞에 앉힌적이 있었다. 잊을수 없다. 그녀의 표정. 피아노를 어루만지며 편안해 하는 표정. 자연스럽게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희재는 손님들의 상태를 살피다 그녀의 노래를 듣고 눈을 뗄수 없었다. 상처받은 그녀의 노래는 많이 슬펐지만 한편 희망을 느낄수가 있었다.

 

 그 날 이후 그녀는 사라졌다. 조는 말했다. 다시 찾아올꺼라고. 두 사람의 운명이 만날 운명이고 신이 존재 하기에 반드시 만날것이라고.

 

 밖에 비가 내렸다. 시간이 밤 10시가 가까워온다. 이제 다시 리오는 활기를 찾을것이다. 희재는 4층의 자신의 숙소에서 창 밖을 쳐다보며 예인을 생각했다. 어둑해진 밖은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과 이 곳 리오를 오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갈라지는구나 그런 잡생각을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검정티를 입으며 희재는 거울속의 자신을 쳐다봤다. 그녀가 떠난 이후로 잠을 잘수가 없다. 음식을 먹는것 조차 귀찮아진다. 리오의 직원들은 그런 희재를 보며 다들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다.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조였다. 표정없는 희재가 더욱 차가운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맥주양도 점점 늘어가는것 같았다.

 모든건 전부 예인 때문이다. 원망스럽다가도 조도 예인이 보고싶었다. 아무렇게나 단발머리를 묶은 작은 여자가 큰 솥에 김치볶음밥을 만드는 모습에 조는 반했다. 사실 김치볶음밥은 너무 짰지만 조는 그냥 그녀의 모습이 귀여웠다.

 생각에 잠기거나 하기 싫은 일을 하기 앞서 입을 비죽이 내미는 모습도 너무 익숙해 오히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모두는 사실 가족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그립다.

 

 계단을 내려오며 희재는 항상 문을 잠그지 않았다. 특히나 아주 잠시지만 예인이 머물던 방은 항상 청소했고 그녀가 좋아한 라벤더향을 뿌렸다. 언제나 갑자기 찾아올때 편안해 할 그녀를 상상으로나마 위안을 삼았다.

 

 리오는 여전히 은은한 조명아래 바쁘게 그리고 신속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이 보인다. 손님들도 점점 자리를 채워간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지. 한달에 한번 오는 밴드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히피밴드 같고 음악도 거칠어보이지만, 문신이 온몸에 가득한 그들의 음악은 아이러니하게도 잔잔하고 아름다웠다.

 매번 연주만 2시간 정도 하고 조용히 갔다. 나이를 가늠할수 없을정도로 화장이 진했던 그들이 오늘은 일찍 왔다. 희재는 자신의 일에 전념하며 손님들을 일일이 살폈다. 희재 옆으로 밴드의 건반을 담당하는 여자가 지나갔다.

 

 희재는 순간 가슴이 저멀리 내려앉았다. 라벤더향.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베레모를 비스듬히 눌러쓴 여자는 갈색 긴치마를 입고 있었고 서둘러 건반이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희재는 의아스러웠다. 저 밴드에 여성멤버가 있었던가. 항상 연주만 하고 가던 밴드가 오늘따라 신경이 쓰였다.

 희재는 바에 주저앉아 한 손을 머리에 대고 꾹꾹 눌러가며 그들의 연주 시작을 기다렸다. 조는 왠일로 바에 앉아 밴드를 바라보는 희재의 태도에 의아해 하며 밴드를 흘깃 쳐다봤다. 다를바 없는 밴드에 왜 그렇게 쳐다보는지.

 

 조는 주문 들어오는 음식의 순서를 체크하며 바쁜 주방을 지휘했다. 드디어 연주는 시작됐다.

역시나 오늘도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하루의 피곤을 푸는 손님들로 테이블은 가득찼다. 희재는 계속되는 편두통에 약을 먹어야 하나 생각하다가 건반 솔로가 시작되자 가슴이 미친듯이 뛰었다. 주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조도 고개를 내밀어 밴드를 쳐다봤다. 신속하게 움직이던 직원들도 두사람의 행동에 같이 밴드를 쳐다보았지만 그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머리를 누르던 희재는 손을 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밴드 가까이 다가가 음악을 들었다.

 

 베레모를 눌러쓴 그녀는 음악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이따금 음악에 취해 미소를 짓는 그녀 모습에 희재도 따라 웃었다. 조도 뒤에서 조의 몸을 잡고 흔드는 주방사람들의 외침에 아랑곳하지않고 손을 괴고 씨익 웃으며 음악에 취했다.

그리고 자신의 예견이 틀림없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정신 차린 조는 예인이 좋아하는 음식이 어떤거였는지를 눈을 굴려가며 생각했다.

 행복한 고민이다. 그리고 희재의 옆모습을 바라봤다. 행복해하는 희재. 아주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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