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사람
조는 요즘 정신을 못차리는 희재가 걱정됐다. 희재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그가 바에 자주 오는 인상좋은 손님의 초대를 받고 와서 계속 저 상태였다. 물어봐도 아무말도 안했다. 조는 희재와는 아주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로 요리사이다. 뉴욕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나 자신의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주던 희재가 자신의 바에서 일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을때 조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이 흑인아저씨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를 신뢰했다. 그리고 바로 예스.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의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희재는 썩 잘사는 것 같다. 그런데도 전혀 표현을 하지 않았다. 손님을 대하는 그의 능숙한 모습을 볼때면 냉정하면서도 예의에 전혀 어긋남이 없다. 조는 차갑기만 한 그가 지금의 모습이 오히려 더 사람답다고 생각하며 노래를 부르며 양파를 썰었다. 조는 매운 양파를 썰며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희재를 흘깃거리며 훔쳐봤다. 희재가 창문을 보며 갑자기 일어났다.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는 그를 조는 호기심에 따라 내려갔다. 건물 밖엔 검정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가만히 지하에 위치한 바의 간판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희재와 조는 멍하니 서있는 여자를 쳐다봤다. 조는 도무지 영문을 알수 없었다. 그녀를 보고 뛰쳐나온 희재와 바의 간판을 멍하니 바라보는 여자를 번갈아 봤다. 희재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희재는 단발머리를 묶은 그녀에게 점점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예인의 옆모습은 슬퍼보였다. 다가갈수록 그녀의 울음을 참는 목소리를 들을수 있었다. 희재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무엇 때문에 그녀가 울고 있는지 궁금하기 보다는 그냥 울고 있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저 눈물을 멈추게 하고 싶었다.
예인은 그냥 걷고 싶은대로 걸었다. 항상 재건이 다음에 같이 꼭 가자라고 했던 곳을 혼자 왔다. 리오라고 했던가. 지하에 위치한 바 라고 했었는데. 재건씨가 분위기 편한 곳이라고 말한 곳이 여기였다. 왜 여태까지 한번도 같이 안왔을까 생각하는데 그냥 눈물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흐느낌으로 변했다. 그런데 누가 옆에 서있는것 같았다. 예인은 눈물로 범벅된 얼굴을 들어 흔들리는 몸을 손으로 감싸안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 순간 희재는 그녀를 끌어당겨 가슴으로 안았다. 예인은 순간 놀랐지만 누군가 자신을 이렇게 안아주길 바랬던것 같았다. 지금 이 순간 무너지는 자신을 희재가 잡아준 것에 감사했다. 조는 눈을 깜박이며 두 사람을 쳐다봤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구경거리라고 났나 싶어 쳐다보며 걸어갔다. 조는 두 사람을 지하 리오로 살짝 밀었다. 희재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아 지하의 리오로 데려갔다. 조명이 흩뿌리는 리오는 음악도 없고 그냥 둘에게는 위로의 장소로 되어있었다. 커다란 소파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아무말 없었다. 조는 조용히 주방으로 가 시원한 쥬스를 유리 잔에 부었다. 그리고 마주 보이는 두 사람을 쳐다보며 손으로 턱을 괴었다. 무슨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을 숭배하는 조는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희재를 이해했다. 입을 비죽이 내민 채 코를 훌쩍이며 손으로 눈물을 닦는 그녀는 귀여웠다.
예인은 아무말 없이 조용히 기다려주는 희재에게 무슨말인가 해주어야 했다. 그런데 자꾸 눈물이 흘렀다.
“일주일전 중국문화 답사 간다고 재건씨가 양가부모님 모시고 중국에 갔다가 열차 전복사고가 났어요. 그 사고 때문에 모두..흑”
희재는 손이 떨려왔다. TV를 켤때마다 나온 소식이다. 그냥 처음 그 뉴스에서 한국인 사망이라는 타이틀을 보며 안됐구나 싶었는데 내가 아는 사람, 거기다가 신뢰하는 형의 죽음. 그리고 지금 내 옆의 남겨진 그의 가족. 희재는 눈을 감으며 두 손을 꽉 맞잡았다. 예인은 고개를 숙여 손에 힘을 주며 떠는 그를 봤다. 내가 왜 이곳에 찾아왔는지 이유는 알수 없었다. 사실 갈 데도 없었다. 이제 나에겐 가족이란 없구나 싶어 무심코 발을 옮겼는데 여기였다. 한번도 안왔는데 그냥 재건씨가 말해준 데로 왔는데. 희재가 있었다. 예인은 희재의 손을 잡고 힘을 풀어주었다. 희재는 예인의 손을 꽉 잡았다. 예인은 이제 자신의 할 일은 끝났다 싶어 일어났다. 희재는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예인은 강제로 희재의 손을 뺐다. 예인이 고개를 돌려 발을 옮기는 순간 예인은 눈 앞이 캄캄해 지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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