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혼부부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신선하다. 그리고 설레기까지 하다. 희재는 자신의 단골가게에 자주 들러서 친해진 형같은 손님 재건의 신혼집을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늘이 오늘따라 더욱 파랗다. 구름 한 점없이 말이다. 자신이 부유한 부모를 잘 만나 고생 없이 컸고 또 현재 상당한 크기의 바를 소유한 것에 비해 재건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희재는 재건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욱 신뢰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믿는 사람리스트에 그를 포함해도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잘 보이려 애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바에서 만난 재건은 달랐다. 약간 작은 눈으로 씨익 웃는 모습에 희재는 그냥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가게 손님으로 만나 친해졌고 그다지 교류가 없었지만 자신을 신혼집에 초대한 재건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궁금했다. 재건이 항상 말했던 예인이란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키가 늘씬하고 굴곡진 몸매에 이기적인 미소를 가진 도도한 사람일까. 희재는 흥얼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길을 걸었다.
그런데 저기 앞서 걸어가는 여성이 불안불안하다. 키는 자신의 가슴보다 아래일것 같은 키에 짧은 반바지는 뒤가 구겨졌다. 짧은 단발에 거기다가 뒤쪽은 뻗기까지 한 그녀는 양손에 비닐봉지를 한가득 무겁게 들고 수평을 맞추려는 듯 뒤뚱거리며 걷고 있었다. 희재는 순간 망설였다. 길은 좁은데 이 여자는 너무 느리다. 자신이 빨리 걸어서 앞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갑자기 뒷모습이 우스꽝스런 그녀가 멈췄다. 희재는 그 작은 여자의 몸에 부딪칠까 발뒤꿈치에 힘을 줬다. 뒤를 돌아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희재는 숨을 참았다. 결코 이쁜 얼굴은 아닌데, 그냥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동그란 눈에 입술이 앞으로 비죽이 내민 그녀가 자신을 쳐다보며 머라 하는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다가왔다. 희재는 그녀를 내려보며 점점 다가오는 그녀를 피할수 없어 멍하니 서있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세요? 먼저 가시라구요. 이보세요!”
희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멍하니 걸음을 옮겼다. 자꾸 뒤돌아서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몸은 로봇처럼 움직였다.
예인은 그가 키만 큰 어린아이라고 생각했다. 저 정도면 잘생겼는데 좀 모자른 사람이 아닌가 했다. 예인의 뒤에 큰 그림자가 서성 거리길래 피해줄려고 먼저 가라고 말을 한건데 그는 자신을 보며 멍한 표정만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재건과의 신혼집에 친한 사람이 온다 하길래 마트에서 이것저것 샀더니 무겁다. 양손의 손목은 핏줄이 터질것 같다. 핸드폰이라도 가져왔으면 재건씨를 부르는데 자신의 건망증을 탓해야지 하며 투덜대며 비닐봉지의 무게를 양손으로 지탱했다.
희재는 적힌 주소가 이곳이 맞나 싶어 확인했다. 그때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재건씨! 나와봐. 당신 부인 팔 다 빠진다. 무거워죽겠어. 어이, 나와보라고!”
아까 그 여자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녀다. 어깨에 힘이 빠졌다. 표정관리가 잘 안된다. 친한 형의 부인. 그녀가.
계단위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희재는 재건임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실망했다. 재건은 슬리퍼를 끌고 내려오며 예인을 보고 미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바로 옆에 서있는 희재를 보고 깜짝 놀랐다.
“희재, 왔어? 어떻게 여기서 전부 만나는구나. 여기 내 아내 예인. 예인아, 내가 말한 동생 희재야.”
방긋 웃는 예인을 바라봤다. 예인의 손에 들린 무거운 짐을 아무렇지 않게 들어주며 빙긋 웃는 재건을 쳐다봤다. 잘 어울리는 그들. 그들은 신혼부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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