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 나도 쓴다!/그것-단편

그것

장자의 꿈 2021. 1. 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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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엔 몸이  꿈틀거린다. 
목뒤가 간지럽다.  

팔 역시 간지럽다. 나도 모르게 팔을 벅벅 
긁었다.  
또 목 뒤를 긁고 등도 
같이 간지럽다.
긁었더니 순간은 시원하지만 
따갑다.  그런데 한번 긁기 시작하자

멈출수가 없었다. 

점점 더 긁었다. 팔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피가 맺혀온다.
피를 보니 시원한 
기분마저 든다. 목덜미도 피가 나오는거 같다.

손가락 끝이 붉다. 그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피맛이 난다. 

손가락으로 목뒤와 그 연결된 등쪽을
 살짝 쓸었다. 오돌토돌한 감촉을 느꼈다. 

닭살이 확 올라오며 기분나쁘다. 
차가운 물로 씻었다. 
하지만 순간 멈출뿐 
계속 긁을수 밖에 없다. 



답답하다. 어둑어둑한 방안엔 
비릿한 피냄새가 난다.

비가 거칠어진다. 바람소리도 커진다. 
살짝 틀어진 
창틀 사이로 바람소리가
 세어나온다. 나의 손가락도 같이 빨라진다.

점점 더 세게, 양손으로 연신 
팔이며 목이며 등을 긁었다. 
간지러움이
 가슴으로 내려왔다. 미쳐간다. 
밤새 이렇게 긁을것만 같다.

누가 와서 멈춰졌으면 한다. 



손가락이 얼굴을 살짝 스쳤다. 
아아... 얼굴도 간지럽다. 

아니 머리끝도 간지럽다. 샤워를 하면 
좋을까. 아니면 차라리 
비가 오는 
저 밖에 나가면 이 간지러움이 나아질까.

손으로 조심스럽게 얼굴을 눌렀다.
 얼굴마저 팔처럼 긁어버리면

 안될거 같다. 얼굴을 누르는 
강도가 세진다. 머리속을 
양손을 
깊이 넣어 긁기 시작한다. 긁는 순간

굉장히 시원하다.이 작은방에 작은 거울마저 

없음에 안도했다. 낮에 형광등을 
갈아야지 했던 게으름을 반성한다.

이젠 나의 온 몸의  신경이 솟아
오르는듯하다. 
얼굴표면에선 살이 
움직이는 것 같다. 코 속 안도

털이 삐죽삐죽 선다. 피부가죽이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것 같다. 
내 영혼은 이미 저 창밖으로 뛰쳐나가

미친듯이 소리치고 있다.

"나 좀 잡아줘! 
내 손 좀 움직이지 않게 잡아줘!"



눈알이 뻑뻑하고 메마르다. 
긁는 동안은 깜빡이지도 않은채

 집중해서 그런가.  이 모든것은 
내 손 때문이다. 
가려움에 긁던

이 손을 자제했다면 이렇게 까지 
오지 않을것이다. 깜박이지도 않는
 눈으로
내 손을 들어 쳐다봤다. 불빛하나
 없는 어둑한 방이 고맙다.

그리고 이 손이 밉다. 
손을 묶으면 나의 간지러움이 

더이상 다른곳으로 가지않을것이다. 
손으로 더듬거리며

 묶을것을 찾았다. 이미 감각은 없다. 

절망스럽게도 손으로 만져지는것이
없다. 
온몸이 떨려온다.

비가 오는 창으로 시선이 간다.
 흔들리는 
블라인드. 

그리고 그 옆에 흔들리는 줄.
 '그래, 저걸로 묶으면 되는거야.'

계속 긁어대며 블라인드로 다가갔다.

'저 줄을 손으로 묶는거야.  꽉 묶어서 절대 긁지 않도록 할꺼야. 

이제 이 간지러움을 참으면 괜찮아질꺼야. '

줄로 손을 묶었다. 계속된 간지러움.
그래도 참았다. 

아아. 너무 힘들다. 시간이 빨리
 흘러 밝아오길 
바랬다.

아침이면, 해가 뜨면 나아지지 않을까. 



잠이 들었나보다. 눈을 떴다. 
나를 쳐다보는 걱정어린 시선들. 
나의 온몸은 붕대로 감아져있고
어머니는 눈물 짓는다. 
"어머니, 울지 마세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왜 이러지.

부은 눈으로 간신히 주변을
둘러봤다. 피투성이로 엉망인 선인장이
바닥에 널부러져있다.

밤새 간지러워 긁던 내 몸을  길쭉이 자란

선인장으로 비벼대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담배피며
장난스럽게
재떨이용으로 하찮게 쓰던 그것이

나에게 복수한것이다.
잘 보이지도 않는 가시는

나의 머리, 얼굴이며 온 몸을 깊숙이
파고들며
생채기를 냈고 그 가시가
내 몸 깊숙이 파고 들어가

아직 뽑지도 못한 그것이 있다고 한다.

그치지 않는 피로 붕대를 감아놨지만,
밤새 미칠듯한
간지러움의 정체는

바로 선인장 가시, 그것이었던것이다.

그것이 나에게 복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