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재 14

항상 웃어줘! - 4

-그녀의 미소는 누구에게. 희재는 빨리 시간이 흐르길 바랬다. 리오의 단골손님이자 신뢰하는 형같은 존재의 재건이 열차사고로 죽고 시간이 더디게 가는것 같았다. 눈을 감고 뜰때마다 시간이 흘러가길 내심 바라며 살았다. 그러면 어쩌면 나에게도. 더 이상의 생각을 할수 없었다. 여전히 사람은 살아간다. 리오도 여전히 밤마다 사람이 많다. 그만큼 장사가 잘되는것이리라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아려왔다. 조는 여전히 맥주를 사랑하고 음식을 잘 만든다. 그리고 예인은. 그녀는 어딨을까. 자신을 대하던 처음의 적대감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냉랭한 눈빛과 태도는 여전했다. 피아노를 연주한다는 그녀는 가끔 노래를 불렀다. 리오는 매주 목요일 새벽 1시면 밴드나 신청하는 음악가를 엄선하여 라이브 음악을 선사한다. 아주..

항상 웃어줘! - 3

-상처 희재는 누워있는 예인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탈수 증세라고 한다.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문 옆에 서서 조는 두 사람의 관계가 궁금했다. 하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저 작은 여자가 안쓰러웠다. 무엇보다 조는 갑자기 쓰러진 여자를 안고 소리치는 희재의 모습에 더 놀랐다. 단골 의사에게 전화해서 상황을 설명 후 빨리 와달라는 말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는 빨리 병원가야 한다는 희재를 제지하느라 힘을 다 뺐다. 예인의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는 희재, 두 사람이 운명같은 것으로 묶여있다면 아무쪼록 좋은 인연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인은 눈을 떴다. 그리고 지금 눈에 보이는 곳이 어딘지 빨리 생각했다. 흐려지는 정신속에 고함치는 희재의 모습과 무섭게 생..

항상 웃어줘! - 2

-남은 사람 조는 요즘 정신을 못차리는 희재가 걱정됐다. 희재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는 그가 바에 자주 오는 인상좋은 손님의 초대를 받고 와서 계속 저 상태였다. 물어봐도 아무말도 안했다. 조는 희재와는 아주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로 요리사이다. 뉴욕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나 자신의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어주던 희재가 자신의 바에서 일해볼 생각이 있냐고 물었을때 조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이 흑인아저씨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그를 신뢰했다. 그리고 바로 예스. 여기는 한국이다. 한국의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희재는 썩 잘사는 것 같다. 그런데도 전혀 표현을 하지 않았다. 손님을 대하는 그의 능숙한 모습을 볼때면 냉정하면서도 예의에 전혀 어긋남이 없다. 조는 차갑기만 한..

항상 웃어줘! - 1

- 신혼부부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신선하다. 그리고 설레기까지 하다. 희재는 자신의 단골가게에 자주 들러서 친해진 형같은 손님 재건의 신혼집을 방문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늘이 오늘따라 더욱 파랗다. 구름 한 점없이 말이다. 자신이 부유한 부모를 잘 만나 고생 없이 컸고 또 현재 상당한 크기의 바를 소유한 것에 비해 재건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사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희재는 재건이라는 사람에 대해 더욱 신뢰를 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믿는 사람리스트에 그를 포함해도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잘 보이려 애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바에서 만난 재건은 달랐다. 약간 작은 눈으로 씨익 웃는 모습에 희재는 그냥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다. 가게 손님으로 만나 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