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
여름이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장마기간이라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다. 시나는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국립묘지의 묘앞에 서있었다. 점점 세어지는 비를 느낄수 없었다. 젖어버린 자신이 어떻게 비칠지 생각조차 할수 없었다. 그냥 그 어느것도 믿을수도 믿겨지지 않았다. 어제까지 통화하며 귀찮은 듯 전화통화를 끊었었다. 시나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않고 오열하며 앉았다.
국립묘지를 관리하는 병사들은 난감했다. 점점 비는 많이 오는데 그대로 맞은채 슬퍼하는 그녀를 어떻게 해야할지. 그때 그들의 선임이 우산을 접으며 관리실로 들어왔다.
“왜 그래? 왜 그렇게 서있어? 무슨일 있나? ”
“방문객인데 비가 많이 오는데 몇시간째 저렇게 있습니다. 가서 도와드려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는 그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다. 검정셔츠가 몸에 달라붙었는지 무척 몸이 작아보이는 여성이 울고 있었다. 접은 우산을 피며 그는 아무말없이 시나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점점 그녀에게 다가갈수록 그는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기분을 드러낼수 없었다. 이곳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을것이고 특히 이곳은 국립묘지라는 특수한 곳이었다. 아마도 서럽게 울고 있는 그녀도 그들과 같은 이유로 그럴것이라 이해하기로 했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 비를 맞은채 서럽게 넘어져 우는 그녀에게 우산을 기울이며 비를 피해주었다. 시나는 눈앞에 보이는 군화를 보았다. 그리고 군화의 그를 올려보았다. 내리는 빗속에서 우산을 기울여주며 안타깝게 내려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신이는 아무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곳에 잠들어있을 그들에게 이마를 갖다대며 천천히 일어났다.
시나는 키가 큰 군인의 배려에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그곳을 떠났다. 그는 우산을 그녀에게 주기 위해 내밀었지만 그녀는 이미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이미 그녀의 눈은 초점이 없었다. 그는 그녀가 슬퍼하던 묘역에 거수경례를 하며 새겨진 이름을 조용히 마음속으로 읽어내렸다. 자신의 상관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얼마전 있었던 안장때 자신의 상관을 비롯한 이미 제대 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왔었다. 그는 궁금했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가 궁금했다.
시간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을 몰랐다. 시나는 이젠 부모님도, 하나뿐인 동생도 옆에 없는 것을 공감해 갔다. 마치 억지로 짜맞추어진 영화 같았다.
30년 넘은 군생활 제대 후 떠난 가족여행이 교통사고로 곧 끝나버릴 것을 알았다면, 시나는 다시 가슴이 미칠 듯이 찢겨져 나갈 것 같았다. 그녀도 그곳에 있어야 했다. 그럼 이런 버려진 기분은 느끼지 않았을텐데.
저녁 8시에 일이 끝나 바로 가족이 먼저 출발한 곳으로 합류할 예정이었다. 졸음운전으로 앞서 가던 차가 갑자기 서지 않았다면 아빠가 운전하던 차는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았겠지, 하며 시나는 자꾸 홀로 시간을 되돌리고 있었다. 그날 자신이 하루 쉬고 그 차에 같이 있어야 했다고 자책했다.
아버지의 친척들은 시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며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며 위로했다. 시나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 그저 혼자 있고 싶었다. 아파트에 틀어박혀 앉은 시나는 탁상달력을 들었다. 이번 여행은 시나 그녀가 계획했던 여행이었다.
이번 가족여행에서 그녀는 고백할것이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아파트 밖의 흐린 하늘을 쳐다봤다. 저 하늘 어딘가에 가족들이 내려다보고 있을것이라고 스스로 상상했다. 화장실로 들어가 자신의 흐릿한 얼굴을 봤다. 물을 얼굴에 끼얹으며 다시 거울속의 그녀를 보았다. 한숨을 내쉬며 아파트 문을 나섰다.
용인으로 가는 차 안. 시나는 엄마, 아빠, 동생이 살던 아파트 단지로 들어섰다. 아파트 경비 보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들어가는 입구를 막았다.
“몇동 몇호 방문입니까?”
신이는 멍한 표정으로 답했다.
“32동 1445호요”
올라가는 입구판을 보며 시나는 이젠 없을 그녀의 가족이 다시 살아날 것 같았다. 집으로 들어가는 비밀번호를 누르며 엄마의 생일을 생각했다. 모든 것이 전부 연결된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며 시나는 나즈막히 불렀다.
“나 왔어요. 나 왔다고. 엄마, 아빠, 서연아 나왔다고. 흑.”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않고 실컷 울었다. 더이상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눈물이 나왔다. 시나는 소파에 앉아 마주 보이는 가족사진을 바라봤다.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냉장고 문을 열자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시나, 거기 빨간 뚜껑 김서방 좋아하는 오징어채니깐 잊지 말고 갈 때 챙겨. 냉장고 문 그만 좀 열어라.”
시나는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어 놓은 채 시나는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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